[퍼스트 펭귄] 25. 가난할수록 사회적 보호가 필요합니다
스토리 / by NPO지원센터 / 2019.04.23
'퍼스트 펭귄 캠페인'은 펭귄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에게 용기를 주는 ‘퍼스트 펭귄’과 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낸 시민들과 '공익단체'들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퍼스트 펭귄’들의 스토리가 연재됩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본 기획연재는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가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2014년 2월,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를 써두고 함께 세상을 뜹니다. 어머니는 실직했고 언니는 오랫동안 아팠습니다. 이 가족은 세상을 뜨기 3년 전 정부에서 저소득 가정에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세 모녀는 서로 부양하지 못하는 처지였지만, 부양이 가능한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세 모녀는 공과금 한 번 밀리지 않은 탓에 관할구청에서는 이들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미흡한 면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부양의무제나 긴급복지지원법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데 모두 동의했습니다. 


기초생활보장법은 1999년에 처음 생겼습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빈곤 때문이었습니다. 1997년 겨울, 대한민국 정부는 IMF 국제은행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고 국가 전체가 부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낮아지면 한국 돈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달러의 가치는 높아지는 것이지요. 세계 경제는 상호 교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갑자기 환율이 올라가면 여러 가지 수출입에 문제가 생깁니다. 이로 인해 국가의 대형 기업들이 연쇄부도가 났고 구조조정을 시작합니다. 




IMF 이후 사회 현상에 대한 1998년 한겨레 신문기사

(출처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기업 내에서는 부족한 돈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 워크아웃, 조기퇴직, 명예퇴직 등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대거 몰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년간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삶을 지탱해왔던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일거리가 줄어들자 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했고, 납품구조 때문에 연쇄부도가 났습니다. 서울역 앞 노숙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오갈 데가 없어 역 앞을 서성이며 하루 이틀 머뭇거리다 '노숙자'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삽시간에 국민의 대다수가 가난해졌습니다. 가정과 직장이 해체되고 사람들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난은 세상의 그 어떤 질병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을 쓰러지게 합니다. 밥을 빌리러 갈 차비도 없는 사람들이 역 근처를 헤매며 무료 급식소를 기다렸습니다. 심지어, 1998년에는 늘어나는 노숙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서울시에서 서울역 노숙을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사회보장의 새 역사를 쓰다 

우리나라에는 저소득 가정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활보호법'이 1961년부터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일제 시대부터 가난한 국민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조선구호령'도 있었지만, 급격한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제대로 법을 시행하거나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IMF라는 큰 어려움이 닥치자 그러한 문제가 더욱 현실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저소득가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흐름]


1994년 9월 참여연대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저소득층의 기초 생활에 관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였습니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 사회 전반적으로 빈곤문제가 부각되자 26개 시민사회단체들과 법안의 기초를 만듭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법안을 추진하고 1999년 3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추진연대회의'를 만들어 총 64개 단체가 모였습니다. 참여연대는 이 연대회의의 간사 역할을 맡았습니다. 

처음에 정부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위기와 더불어 한 대기업의 회장 부인이 남편의 구명을 위해 정계 고위층 인사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을 선물한 '옷 로비 사건'이 일어나면서 민심을 되돌릴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결정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의외로 쉽게 시작됩니다.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대한 매일경제 기사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빈곤층의 소득 보장은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권이라고 보았습니다. 사람은 꼭 병이나 사고로만 죽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독한 가난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몹니다. 가난하면 아프기 쉽고 사고에도 더 많이 노출됩니다. 굶어서 추워서 더워서 죽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죽음을 당하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제활동 능력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소득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최근에 거론되고 있는 기본소득의 철학과도  같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굴러가는 도시에서 사는 것은 숨만 쉬는데도 돈이 필요하죠. 아주 기초적인 소득 없이는 밥을 얻어먹으러 갈 수도 없습니다. 

세 번째로는 자활사업을 통한 근로복지연계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빈곤층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초 생활을 보장하고 보호가 필요한 계층이 다시 근로능력과 의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직업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회에서 당신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죠.


1999년 당시 보건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관련 신문 광고
(출처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기초생활보장은 모두가 누려야할 권리입니다 

1999년 이 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기초수급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수혜를 받는 계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복지 혜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초생활을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해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뤄나갈 수 없는 삶이 있습니다. 가족 중에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거나, 병들거나, 실직을 하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집니다. 법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사회적 사건들로 예상치 못한 새로운 빈곤층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기본적인 생활의 영위가 어려운 기초수급자가 늘어났지만 사회적인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점점 중산층이 줄어들고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해 수급가구의 소득을 파악하고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자활사업을 시대에 맞게 바꿔 나가면서 미취업 수급자가 일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2005년 2월, 용산구 동자동
(사진 : 이하나)

기초생활보장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사회적 권리를 말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정책은 성장 우선주의에서 밀려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 함께 사는 사회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이를 통해 지원을 받는 사람과 세금을 내는 국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바탕을 마련하게 합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에 대한 정부의 공적부조는 사회보장 정책의 확대로만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제성장을 위한 강력한 경기부양책이기도 합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경제성장과 체제 유지에 가장 좋은 방법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여러 상황과 제약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 기초생활보장법 관련 사업 안내서
(사진 : 이하나)

경쟁에서 의도치 않게 밀려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초 생활을 보장하는 그 돈에 담긴 메시지입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상황이 불안정하고 경제의 중심이 될 중산층이 사라지면서 누구나 언제든지 갑자기 가난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가난은 사고처럼 찾아오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한 빈곤에 처했을 때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기본권은 지켜져야 합니다. 사람이 회복되어야 사회도 건강합니다. 우리는 모두 당신이 일어서길 기다리고 있으며 그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 의미가 기초생활보장법에 깃들어 있습니다. 


| 기획 : 서울시NPO지원센터, 현장연구자모임 들파
| 스토리 : 송종운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 글 : 이하나 (hana@allmytown.org)
| 삽화 : 이한비 / 인포그래픽 : 문화공동체 히응

 
​ 보건복지상담센터 : http://www.129.go.kr/
​ 빈곤사회연대 : http://antipoor.jinbo.net/xe/index.php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 http://www.peoplepower21.org/Welfare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9.04.23, 조회수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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